펫샵보이즈 공연 보고왔습니다.


예전 파리에서 몇 년 동안 살면서도 보지 못해 아쉬운 밴드가 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psb였습니다.



 지금도 기억이 나네요. 파리에서 보낸 첫 해의 가을에 psb가 왔습니다. 그런데 그 시즌에는 이미 콘서트를 여러 곳 뛰느라 돈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죠. 그래서 파리에 오래 살았고 공연 구경을 잘 다니는 친한 선배한테 물어봤습니다.

- 형, 펫샵보이즈 파리에 자주 오는 편이야?
- 걔들, 거의 매년 오지 않나? 
- 그래?
- 응. 최소한 2년에 한 번은 와.
- 그럼 이번엔 안 봐도 되겠다!

그런데 그리고나서 쭈우우우욱 안 오더군요. OTL
한 번 왔는데 그때는 제가 한국에 들어와서 놓쳤고요.


그러던 중 지난 5월, 제가 새로 살게 된 도시에 펫샵보이즈가 온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준비로 정신이 없어 표를 예매하지 못했고 결국 식을 마치고 와보니 이미 매진이었습니다. 그런데 차로 몇 시간 안 걸리는 시애틀에도 들른다는 사실을 확인, 즉시 예매를 해버렸죠. 펫샵보이즈니까요. (그리고 그 덕에 평생 처음 미국땅을 밟아봤습니다!!!)

각설하고. 무슨 데쓰메틀 공연도 아닌데 객석에는 남성비율이 굉장히 높았습니다. 90퍼센트는 되겠더군요. 다정하게 손잡고 둘씩 온 남자들^^. 시애틀 게이 커뮤니티가 총출동한 건지 서로들 아는 척 하고 인사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아내와 같이 갔거든요. (이 기회를 빌어 생일선물로 psb를 선사해준 마눌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공연은 역시 따로 세션맨 없이 크리스 로우가 당당하게 반주테이프를 틀더군요. 그래도 나름 연주하는 시늉은 열심히 해주셨습니다만^^. 그래도 손뼉만 치는 디페쉬의 앤디 플레처와는 격이 달랐고요. 편곡도 대부분은 앨범 버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첫 곡 때는 이렇게 다들 상자를 뒤집어쓰고 시작했죠)





많이 댄서블하지는 않더라도 역시 댄스그룹인지라 화려한 연주보다는 시각적인 볼거리로 공연을 채우더군요. 그리고 그런 면에서 보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아주 많이 좋아하는 팀의 공연을 볼때마다 늘 느끼는 건데 아무래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보니 골백번 들은 히트곡도 가사를 제대로 외우지 못합니다. (디페쉬 공연때는 제대로 따라부르지 못한다고 옆의 관객에게 무시받기까지...ㅠ.ㅠ) 그렇다고 해서 미리 공부해갈만큼 부지런하지도 못하고요  (사진은 Go west)





무대 뒤에 하얀 블록으로 벽을 쌓는 핑크플로이드 더월 놀이를 기본으로 그 벽위에 준비해온 영상을 틀고 댄서들이 앞에서 뛰어다니는데 노래-댄서-영상이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게 재밌었습니다. (뒤에 벽돌 보이죠?)

 암튼 마눌님께서는 사진 찍느라 고생하셨어요.ㅠ.ㅠ 막 뛰어놀다가 갑자기 카메라 꺼내 찍고 다시 뛰어놀고... ^^



그러던 중


평소엔 이렇게 연주석에 얌전히 있던 크리스 로우가



돌연 연주석에서 나와 왔다리갔다리 춤(김건모가 '스피드'에서 했던)을 시연합니다.





테넌트 아저씨는 정장이 너무 잘 어울리더군요. 물론 많이 늙으셨습니다만. (노래는 jealousy이고 뒤에서 남녀 무용수가 다투는 커플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나중엔 둘이 블록을 던지면서 격하게 싸우다 테넌트의 마이크까지 쓰러뜨리는..)



공연의 피날레는 역시 it's a sin이었죠. 환상적이었습니다.






앵콜 곡의 전주를 틀고있는 크리스 로우. 당근 앵콜은 being boring이었죠! 애수가 있는...
west end girl로 쇼가 마무리되었고요.



오버일 지도 모르지만 공연을 보고나니 인생의 임무 하나를 성취한 듯한 뿌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큐어 공연만 보면 죽어도 여한이 없는 건가요? ^^

by digression | 2009/09/22 13:22 | 음악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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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페리체 at 2009/09/22 13:59
It's a sin때는 정줄놓고 뛰느라 사진을 못찍어서 미안해요~ 너무 바빠서 그만 ( -_)
Commented by oIHLo at 2009/09/22 16:57
싸... 쌍염장... ㄷㄷㄷ

괜찮아요 저는 라디오헤드를 봤어요 최고는 아니지만 그래도 봤단 말이에요 자기최면 줄줄줄
Commented by digression at 2009/09/23 02:02
olHLo / 쌍이란 말을 첨엔 욕인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부부염장을 지칭하시는 것이었군요^^^

아.. 라디오헤드면 그래도 부러운 급에 속해요~
Commented by Lain at 2009/10/07 17:43
무대를 너무 예쁘게 꾸몄네요! 좋으셨겠어요.

멋진 선물에 정성스러운 아침밥상까지 정말 페리체님 최고심!!!
Commented by digression at 2009/10/08 12:03
Lain / 예. 제 인생 최고의 생일선물이었어요. 결혼 잘 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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