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8월 19일
김대중
김대중이나 김대중당을 대선이나 총선에서 찍어본 기억은 없다. (지자체 선거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좌파 따위는 아니지만 20대 내내 백기완, 권영길 이런 쪽으로 찍고 가끔은 돈도 내고 살아왔다.
그 시절 나에게 김대중은 구태의연한 더러운 정치인 중 하나, 혹은 그 대명사였다.
92년 대선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가 구질구질한 방식으로 돌아온 것이나 97년 대선에서 김종필과 손을 잡은 것이 먼저 떠오른다. 어떤 의미에서도 그는 페어플레이를 하는 깨끗한 정치인은 아니었다.
그래서 97년 대선에서는 아무 망설임 없이 권영길을 찍었다. 물론 김대중이 당선된 것은 조금 기쁘긴 했다.
그러다 프랑스를 갔고 30대가 되었다.
생각이 달라졌다.
(민노당이나 진보세력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이상[理想]을 추구할 여유가 없었다.
30대가 되었고 마음이 급했다.
언제 올지 모를 괜찮은 세상을 바랄 여유가 없었다.
지금 당장 최악을 피하는 게 급했다. 차악일지라도 최악과는 백만 광년 차이가 있었다.
민주당이 아무리 개차반이라도 찍어야 했다.
그리고 97년 승리 이후 그가 만들어낸 나라의 모습은 차악 수준이 아니었다. 엄청났다. 모든 게 달라졌다.
아찔했다. 만약 97년 대선에서 박빙의 승부끝에 이회창이 당선되었다면 나는 김대중을 찍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와 자책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김대중의 5년, 그 축복에 나는 무임승차한 것이었다.
정계은퇴를 했다가 구질구질하더라도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김종필과 손을 잡지 않았다면 그래서 가까스로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김영삼 다음은 이회창이었을 것이고 노무현도 결코 그 자리에 가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싫어했던 김대중의 저 두 가지 더러운 결정은 은총이었다.
(그후로 나는 무조건 민주당만 찍는 투표기계가 되었다. 아쉽지만 한나라당을 박멸할 때까지는 어쩔 수 없다. 정동영 아니라 권노갑이 나오더라도 찍을 거다.)
고맙습니다.

# by | 2009/08/19 02:30 | memento mori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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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악하고 준비한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는 글(2009년 현재 국가역점 사업이 '토건'인 MB와 비교해 봅시다)김대중 (필자: digression)http://cherokee.egloos.com/5045036필자는 과거 97년 대선 당시는 김대중을 찍지 않았고 JP와의 야합, 전두환ㆍ노태우 사면 등에 대하여 비난했지만그가 임기 동안 일구어낸 수많은 발전 ... more
전쟁사 하면서 느낀 거지만 일단 더럽건 치사하건 비열하건... 일단 이겨야 말이 됩니다. ㅡㅡ; 상대가 사용한 수법이라면 이쪽도 써서 지지 않아야 말이 되는 거죠.. 완전 무결한 도덕성을 요구하면서 그의 정책도 이상도 까는 건 뭐라 표현은 못하겠지만... 싫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