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0일
pillow book
예전에 제가 가졌던 여러 가지 책 읽는 자세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결혼을 하고 나서 한 가지가 더 생겼습니다.
저는 평생 침대 생활을 거의 안 했어요. 프랑스에서는 어쩔 수 없이 침대를 쓴 기간이 있긴 하지만 원래 침대보다는 방바닥에서 자는 걸 선호하거든요. 그런데 결혼을 하면서 훌륭한 침대를 장만했고 매트리스가 좋으면 침대도 괜찮다는 걸 알았죠.
침대를 고를 때 외국영화에서 종종 보았던 등에 베개를 받치고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그런 침대틀을 찾았는데 실제로 이제는 그런 식으로 자기 전에 침대에서 책을 보는 일이 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둘이서 나란히' 침대에서 책을 본다는 거죠. 이게 의외로 좋습니다. 결혼해서 좋은 게 많지만 이게 정말 좋아요.
암튼 사전을 찾아보니 영어의 pillow book이라는 표현에는 에로틱한 책의 의미가 있나보군요. 불어의 livre de chevet는 침대맡에 두고 여러 번 보는 책, 굉장히 좋아하는 책이라는 뜻밖에 없는데 말이죠. 제 아내는 최근 그렇게 말로센 시리즈를 후다닥 해치웠고 저는 얼마 전 'H서류'를 다시 본 후 셀린의 '밤끝으로의 여행'을 이제야 끝냈는데요, 정말 천천히 두고두고 여러 번 볼 책을 하나 찾아야겠네요. 북회귀선 영문판을 주문해놨는데 그게 제일 좋겠죠? (영한사전도 함께... ㅠ.ㅠ)
밤끝으로의 여행이 스탈린의 livre de chevet였다는 얘기를 어디서 듣고 낄낄대다가 생각나서 써봤어요.^^ (바르트는 프루스트였다죠?)
짤방 대용 노래 한 곡... sylvia 'pillow talk'
# by | 2009/11/20 17:34 | 문학, 책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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